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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아카데미 NOW/Column

[Column] “지성에는 얼마만큼의 신앙이 필요한가?”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기획자)

지성에는 얼마만큼의 신앙이 필요한가?”



예루살렘과 아테네가 무슨 상관인가
?”

유명한 구절은 리차드 니버가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 모델의 대표자로 꼽은 초대교회 교부 테르툴리아누스(Tertulian c. 160 – c. 220 AD) 말이다. 그는 신앙과 학문은 무관한 정도가 아니라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고 공박한다. "헛된 철학과 거짓 속임수" 휘말리지 말라고 그는 강력히 경고한다. 그는 당시 박해받던 초대교회 공동체의 지도자로 철저히 헌신된 제자도를 실천했던 인물인만큼 그의 경고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는 세상 질서에 속한 것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죄로 물든 세상과의 전면적 대립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국가, 경제제도, 문화예술, 학문 모든 삶의 영역은 대립과 긴장에 놓여있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영적 전쟁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가 남긴 "예루살렘과 아테네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말은 세속적 문화와 학문은 신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기독교 신앙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진리이다" 역설적인 말을 남기기도 한다. 그는 역사에 "반지성주의" 대표로 종종 인용된다. 정작 자신은 로마의 법률과 수사학에 능통한 지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고, 그가 교회사에 남긴 업적이 "삼위일체(trinity)" 개념과 용어를 신학적으로 확립한 것이라 , 그가 자신의 "반지성주의"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족. 테르툴리아누스의 기여와 그의 신학적 입장을 단순히반지성주의적, 반문화적 태도 간주하는 것은 피상적인 것이다. 그의 입장은 충분히 연구되고, 존중받을 점을 많이 갖고 있다. 문제는 그를 피상적으로 계승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에도 반지성주의의 전도사들은 차고도 넘친다. 대부분은 "신앙지성"이란 지난 대립구도에 함몰되어 있다. 그래선 안된다,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것은 마치아빠와 엄마 선택하라 질문과 유사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관건은 양자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나게 것인가에 있지,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질문 자체가신앙/믿음지성/이성 대립적 가치로 놓고 보는 서구 계몽주의 이래의 근대의 지적 관행에 과도하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먼저 상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엄마와 아빠, 필요하다.


신앙은 이해를 추구한다

신앙과 지성, 양자의 관계를 불가분이자 상호보완적으로 보아온 사례는 매우 강력한 전통으로 계승되고 있다. 중세의 대표적신학자요, 철학자였던 캔터베리 주교 안셀무스(Anselm, c. 1033 – 1109)믿음은 이해를 추구한다(fides quaerens intellectum = faith seeking understanding)”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나는 믿기 위해 앎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앎을 얻고자 믿는 것이다. 내가 먼저 믿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믿음은 앎에 대한 추구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보였다. 이것은 초대교회의 대표적 교부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354 – 430)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입장이다.  그리고, 종교개혁 전통의 루터나 깔뱅에게도 계승되는 태도이고, 18세기 부흥운동에서도 미국의 조나단 에드워즈나 영국의 웨슬리 같은 지도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오늘날 기독교 신앙이반지성주의몰상식 대명사처럼 취급받는 것은 2,000 교회사에 비추어 보면 매우 억울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저간의 사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역사적, 사회적, 신학적 분석을 통해 심층적으로 진단해 보아야 일이다. 그러나, 연재글을 통해 살펴보려는 우리의 관심사는 일차적으로대학(university)’이란 공간이, 좀더 나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지성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과제들을 통해, 어떤 기반 위에서 풀어가는 것이 마땅한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www.bluelog.kr대표기획자한동대에서 기독교세계관을 2004-2010년까지 가르쳤다.

* 이 칼럼은 한동대학교 신문사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