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뉴스레터 7호
오랜만의 강영안 교수님 강의였습니다.
2007년 봄 ‘사도신경 첫 줄 강해’로 매회 7-80명씩 동원해내었던 강영안 교수님의 강의를 일년 넘게 진행하지 못해 그간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 해 봄이 지나고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셔서 대외활동을 완전히 접으셨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좋아지시긴 했으나 대중강연을 할 정도는 아닌 상태시라 언제 완전히 회복이 되어 다시 강의를 해주실 수 있을까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9월 25일(목) 저녁7시 ‘네 읽는 것을 깨닫느뇨? 주자(朱子)의 독서법과 렉티오 디비나(Lectio Divina)’ 강연에는 100여명의 수강생들이 몰렸습니다. 소강당이 꽉 차서 의자를 더 구해와야 했습니다. 강영안 교수님의 낯익은 팬들도 좀 보였고, 아마 ‘독서법’이나 ‘렉티오 디비나(거룩한 책읽기)’에 관심이 있어서 오신 분들도 있어 보였습니다. 어쨌든 남녀노소 100여명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동서고금의 문헌을 종횡무진하며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독일어, 영어, 한문을 죽죽 섞어가며 진행하는 강의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12세기 무렵 동양에서는 주자, 서양에서는 귀도2세의 ‘렉티오 디비나’ 관련 기록 등 불과 30여년 차이로 독서법에 대한 저작을 남겼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관통하는 원리는 참으로 유사하더라는 것, 거기에 비추어본 우리들의 책읽기는 참으로 누추하더라는 것이 강의를 들으며 제 마음에 내려 앉은 감상입니다. 강의 전에도 낮시간의 여러 일정으로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강의를 시작하자 일부러 마련한 의자에 별로 앉지도 않고 쭉 내달리시는 것이 강의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시는 듯하여 좋았습니다.
청어람 가을학기는 이렇게 막을 열었습니다. 오는 9월29일(월) 저녁은 두번째 공개강연으로 김상근 교수 (연세대 신학과)의 ‘막히면 뚫어라: 프란체스코 하비에르(Francisco Xavier)의 기독교’를 진행하게 됩니다. 강영안 교수님이 ‘읽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원전주의자라면, 김상근 교수님은 ‘가보지 않고는 말하지 않는다’는 원산지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카라바지오, 엘 그레코, 미켈란젤로 등 그간 청어람 강좌로 미술가들을 다룰 때에도 꼭 그들의 작품을 친견하고, 그들의 삶의 거처를 더듬어 탐색하고 그 와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풍성히 담아서 직접 찍은 사진과 더불어 강의를 해주셨는데, 이번 프란체스코 하비에르 강의 역시 선교학자로서의 전문적 평가만 아니라, 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전 여정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찍은 사진과 감상을 중심으로 한 인물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시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줄 것입니다.
하비에르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개신교 개혁자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 그 내부의 개혁운동으로 시작된 ‘예수회’를 창시한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면서, 유럽의 할 일을 내려놓고 흔쾌히 동양을 향해 선교사로 떠날 수 있었던 심성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이 중세 기독교의 한 대변자가 인도와 중국과 일본에 이르는 미개척의 항로를 뚫고 동양의 낯선 문화와 사람들을 어떻게 만났는지는 오늘날 기독교가 동아시아와 한편 깊숙이, 또 한편 어색하게 결합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단서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시름이 깊어가는 지금, 우리가 돌아봐야 할 역사적 뿌리는 훨씬 더 멀고, 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성찰을 김상근 교수님 강의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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