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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천국같은 작은도서관 공동체를 꿈꿉니다" 예드림교회 & <작은도서관> 호모북커스-김성수 목사


1. 호모북커스가 주중에는 도서관으로 주일에는 예드림교회의 예배처소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교회를 시작한지는 2년 반, 도서관을 시작한지는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예배 처소가 없어서 선교단체 사무실을 임시로 빌려서 예배를 드렸는데,

곧 그 곳이 여의치 않게 되어 저희 멤버 중 한 분의 집에서 몇 개월간 예배하였습니다. 자연히 장소의 필요성이 점점 커져갔어요. 그 때, 이왕 비용을 들여서 장소를 마련하게 되

면 십자가 세우고 교회 간판 달고 우리의 예배와 기도만을위한 공간으로는 사용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공간으로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는데요. 제가 청년대상 사역을 오래하는 동안 책 한 권 제대로 읽거나 권유하기 쉽지 않은 교회 환경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교회가 이렇게 많고, 큰 교회도 많지만 그 안에서 인물이 잘 안 나온다면 진단을 제대로 하고 가야하지 않나, 너무 모여있는데만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문서운동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래서 문서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요즘에 는 북카페를 운영하는 교회가 많은데, 북카페가 사실은 책보다는 카페 개념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와서 차 마시고 얘기하고 하는 그런 정도의 공간? 그래서 그것보다는 의미 있게, 좀 적은 사람이 오가더라도 차별화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도서관으로 시작했습니다. 교인들과 저는 교회와 도서관의 사역의 경중을 저울질할 수 없을 정도로 도서관 사역을 목회사역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 호모북커스의 운영상황에 대하여 소개해주세요.

저희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실제로 크리스천들보다는 일반인들이 훨씬 많고요, 지역주민들이 많이 활용하십니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독서모임이 4, 50대 어머니들과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4개 정도 모이고 있습니다. 저는 거의 관여를 하지 않고요. 책을 선택하고 장()을 마련해드리기 위해, 또 중간 중간에 방향이 빗나갈 때 약간 개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제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본인들이 알아서 잘 하시니까요. 이렇게 참여하시는 분들이 한 달에 만원 후원을 해주시면 그 후원금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원으로 가입을 하시면 마음껏 책도 대출하고 공간사용도 자유롭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교회나 개인이 크게 후원을 하는 것보다는 적더라도 많은, 신앙에 관계없이 백 명, 이백 명, 삼백 명, 이렇게 후원이 계속 늘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약간 적자 상황이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별개로 책. . . 길이라는 정규 독서과정이 있는데, 20대에서 30대 후반에 이르는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신앙에 관계없이 어울려 이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타교회 교인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신앙 없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하며 사는가 하는 것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책읽기와 책이 얘기하는 현장을 연결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연초에는 제주 강정에 다녀왔어요. IVP에서 송강호 박사님 책 출간도 되었고 해서, 책만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저희 교회 멤버들과 타교회 멤버들이 연합해서 23일간 가서 같이 책도 읽고 강정 현장도 좀 돌아보고 마을 주민들과 얘기도 하고 송강호 박사님을 직접 만나 저자 얘기도 듣는 과정을 좀 하려고요.

 

3. 호모북커스를 시작하시면서 이루고 싶었던 것이나 꼭 성취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원래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좀 장기적인 것이었는데요. 이정도의 공간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독서공동체를 이루어서 책읽기를 더 집중적으로 하는 단계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도 라브리가 있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홍보나 인식이 잘 안되어 있잖아요? 라브리보다는 스펙트럼을 좀 더 넓게 해서, 어떤 연령층이든지 와서 6개월이면 6개월, 1년이면 1년 동안 다른 일 하지 않고 더 집중적으로 마음껏 책 읽고 고민도 하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그런 공동체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워낙 생활이 분주하니까 좀 더 집중적으로 책읽기를 하고, 그렇게 사람을 키워나가야 되지 않나 싶더라고요. 한국사회에서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끼쳤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우리가 믿는 성경이나 구원에 대한 이해가 너무 폭이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저 교회생활 하다가 때가 되면 천국 가는 식의 구원관 아래에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도서관하면서 충격을 받았던 것은 크리스천보다 신앙 없는 분들이 훨씬 진지하게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신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부동산 문제와 교육문제가 한국에서는 가장 큰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그 문제에 대해서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거예요. 어쨌든 간에 하나님 은혜로 복 받아서 좋은 집 장만하고, 아들 좋은 대학 가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여 대안을 내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요. 제가 결혼 12년차인데 9번 이사를 했어요. 거의 1,2년마다 전세문제 때문에 이사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성경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얼마나 적나라하게 희년이나 나눔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강조하지 않고, 설교도 잘 하지 않고 있고. 청년 대상 사역만 약 10년 동안 해오면서 나름대로 청년들에게 그런 기대를 가지고 교육을 했지만, 교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니까 결혼하고 장년으로 올라가면 다시 제로가 되더라고요. 그 분위기에 다시 휩쓸려서 집 문제와 직장 문제 가지고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 살기에 급급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나하나 고민을 하고 대안을 좀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제대로 된 성경읽기와 책읽기를 통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좀 공부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입니다

 

4. 목사님과 말씀을 나누다보니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크리스천들이 근본적으로 예수님을 잘못 믿고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듭니다.

기존 복음주의권 목사님들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참여나 사회문제에 깊이 들어가면 마치 복음과 멀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한계 말입니다. 모 목사님이 어느 대담에서 그런 얘기를 하셨다고 해요. 민주화운동 하던 시기에 민주화보다 복음화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구령에 더 우선순위를 두셨다고요. 저는 그 말씀 자체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민주화운동과 복음이 분리가 되는 건지……. 사실은 민주화에 참여한 분들도 많았지만, 당시에 가장 뒷짐 지고 있었던 부류가 구령에 전념한 교회들이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교회 내의 두 진영이 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답은 알지만 알고 있는 답대로 사는 것은 희생도 필요하고 불편한 것을 감수해내어야 하는데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죄 많은 세상은 내 집 아니네. 죄 많은 세상에서는 답이 안 나오니까 어차피 주님 와야 끝난다. 의외로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으세요. 웬만한 교회 신앙생활 오래해도 4, 50대로 넘어가면 그 정도 인식에서 크게 못 벗어나는 것 같고요. 일단 저희들 책임이 많죠. 목회자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균형 잡힌, 폭넓은 시각들을 갖추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양육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인식도 바꿔야 되고,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시위, 오정현 목사의 논문표절문제나 전병욱 목사의 회개 없는 섣부른 교회개척 등 정의문제에 대하여 한국교회가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문제들에서 더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말씀하신 부분에서 균형을 잡기위해서는 제대로 된 성경읽기와 책읽기를 강조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지금 멤버들과는 성경읽기와 책읽기를 어떻게 병행하고 계신가요?

교회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주제설교는 가능한 하지 않고 있어요. 성경 한권 한권을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 구애받지 않고 메시지 전해요. 예배 후에 식사가 끝나면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 오신 분들이나 신앙생활을 1020년 하신 분들이나 상관없이 그 날 전한 메시지를 가지고 본문을 각자 어떻게 봤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르게 본 것이 있는지 등 한 시간 반 계속 나눕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앙생활을 해도 변화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시간만이라도 집중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 말고는 주일날 일체 다른 프로그램을 갖지 않습니다. 이 고민이 평일에 이어져 각자에게 필요한 대로 책을 제가 소개하기도 하고요. 각자 고민이 다르니까 그에 맞춰서 적극적으로 이어서 고민하게 하는 책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필요하면 책을 선정해서 같이 읽기도 하고요.

 

6. 도서관을 운영하고 성경읽기와 책읽기를 병행하려면 목사님 자신의 독서분량이 충분해야 할 텐데요. 어떤 준비가 있으셨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주 전통적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혜택을 얻은 것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나가지 못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답답함이 많았어요. 성경에 대해서, 세상과 성경 사이에서 회의가 들거나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대답을 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답답함 가운데 책을 찾게 되었어요. 저의 고향이 부산인데, 저희 집이 보성책방 바로 근처예요. 덕분에 헌책방 순례도 많이 다니고, 다양한 저자들이나 책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는 ESF에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교회와는 다르게 새로운 눈으로 성경읽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또 답답한 게 생겨나서 책읽기가 계속 된 것 같아요. 90년대 초반에 쉐퍼, 필립 얀시, 존 스토트 등의 책을 많이 읽었어

. 특히 스토트 목사님의 베스트 시리즈는 성경보는 안목을 좀 다르게 하는 계기가 됐고, 그런 과정에서 교회에 서 답을 얻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성경만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더라고요. 성경에서 이렇게 얘기하는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가? 특히 군대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것은 이런 질문을 하는 강한 계기가 되었어요. 세상을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읽다보면 다른 책이 연결되고 또 연결되고 해서 좋은 책들을 발견하게 되었고요.

 

7. 2012년에도 도서관으로 지역을 섬기는교회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사례발표로 참여하셨는데요. 교회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작은도서관 중에서 사례로 선정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서관을 마련하는 교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도서관을 시작하기 위해 탐방을 해보면 한, 두 교회 빼고는 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공간은 만들어 놨는데 방치하거나 카페로 이용하는 실정이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책읽기를 하는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았고,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현재 한국사회에 책읽기가 절실하다고 봤거든요. 이런 인식을 좀 같이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시작할 때 일부러 교회 간판이나 십자가를 안 달았어요. 그런 것들을 달게 되면 벽을 만들게 되고, 그러면 아무나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 공공도서관처럼 편하게 와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그렇게 안면을 트면 카드를 만들어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했어요. 그렇게 해서 좋은 책들을 만나고 유익을 얻으면 혜택을 다른 분들께 나누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도서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단순히 혼자만의 책읽기가 아니라 책읽기를 통해 서로 소통을 하면서 삶도 나누고 여러 가지 고민들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유도해갔습니다. 아마 지역사회와 잘 소통하는 부분들이 좋게 보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8. 지금 많은 교회들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가끔 찾아오시는 목회자분들이 계세요. 교회를 새로 시작하시는 젊은 분들은 오셔서 이렇게 해서 실제로 전도가 돼서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고 대부분 물어보세요. 그러나 저는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도서관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봐요. 즉 그걸 통해서 교인을 만들겠다, 우리 교회로 출석하는 사람을 만들겠다는 의도성을 가지고 하시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 도서관 1년 반 지났지만 알려진 것만큼 많은 분들이 교회로 연결되거나 하지 않거든요. 워낙 다 생각들이 다르고, 요즘은 비신자들이 교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들이 실제적으로는 너무 다르거든요. 도서관을 통한 전도의 관점보다는 우리 교회 안 나오더라도, 우리 도서관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서로 고민들을 나눌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다는 관점을 가지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교회도 그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사영리 전도하고 구원받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거기 들어가서 먹고 교제하고 살고 같이 고민하는 그 자체가 복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내가 믿는 신앙으로 내가 사는 삶을 공유하고 나눈다는 것은 사실 지난한 과정입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겠고. 그러나 지금 세상은 그런 걸 원하는 것 같아요.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 된다고 말하는 그 사람들의 삶 자체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는데, 도대체 그 구원은 무엇이며 천국 가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거죠. 그 관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는 바른교회아카데미 저널 <좋은교회> 3월호에 실린 인터뷰이며 단체와 김성수 목사님의 허락을 얻어 싣습니다. <호모북커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신 분은 http://cafe.naver.com/slhomobookers를 방문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