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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Newsletter-2] 100인회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고민을 시작해 주십시오!


1.

며칠 전 "청어람아카데미가 명동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후 여러모로 반향이 컸습니다. 페이스북에는 그 소식에 각자의 소감을 덧붙여 공유해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저희도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인연과 사연들이 이 공간과 저희 사역에 축적되어 있었구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내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고 했고, '방황의 시기에 지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도 했고, 어떤 분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어 고맙다'고도 했습니다. 저희가 느끼는 것보다 더한 갈증과 허기를 느끼는 분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 앞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 되곤 합니다.


어떤 분은 김동호 목사님께 항의하는 글도 보내신 모양인데, 그러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어람의 역사와 궤적이 가능했던 것은 김동호 목사님의 선견지명과 변함없는 지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은퇴를 위해 주변 일을 줄여나가고 있고, 그간의 사역들이 다 독립하도록 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당신의 대에 마무리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려가며 정돈하는 와중에 주변과 상의하며 결정한 일이니, 저희는 오히려 좋게봅니다. 청어람아카데미 입장에서 당장 불편과 어려움이 생겼다고 마냥 떼 쓰거나 불평불만을 터뜨릴 일은 아닌 것이지요. 이제는 저희가 할 일을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

<100인회>에도 많은 분들이 가입해주셔서 2-3일만에 50명이 넘어섰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100인회>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의미를 구체화하고, 다짐을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아요' 누르는 것 이상으로 무게가 있는 공감대와 책임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물론, 여러모양으로 보내주신 지지와 격려는 그것대로 얼마나 마음에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우선 잘 아시다시피 청어람아카데미는 교회가 아닙니다. 비영리 기독교단체로 존속하려면 재정적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지난 8년간은 높은뜻숭의교회(현재 높은뜻연합선교회)가 그 역할을 잘 감당해주었습니다. 대형교회가 장단점이 있다지만, 청어람사역은 누가 뭐래도 의미있는 일에 과감한 후원을 해준 귀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남들이 닦아놓은 터 위에 건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한편으로 그것은 다른 단체나 운동과 경쟁하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일을 개척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기독교 기관들이 저마다 후원을 요청하는 일에 크게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재정이 안정적이었던 저희까지 경쟁적으로 후원 모집을 하러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의식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라 할지 모르나, 여하간 저희는 한정된 자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 전적으로 대중모금에 의존하는 다른 단체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간 후원과 모금에 소극적이었던데에는 따지고 보면 이런 내키지 않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3.

이제 <100인회>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을 되살려 보면서 였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분들은 '십일조' 헌금을 잘 압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자신의 재물을 떼어서 의미있는 일에 내어놓는다는 것은 좋은 신앙훈련입니다. 간단히 환산하면, 10명이 십시일반하면 한 사람이 전임으로 일하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10명이서 11명 몫의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 성서한국 운동 초창기에, '사회선교사'란 개념이 한국교회 안에 '해외선교사' 개념만큼이나 대중화 되어서 사회 각 영역, 특히 시민운동 영역에서 일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일이 대대적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재정적 열악함 속에 오래 방치되어서 단체의 역량이 소진되거나,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역량이 축적되거나 계승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1만원 후원'의 착각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크게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는 액수,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참여해줄 것이고, 그래서 소액다수로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논리. 이것은 전국단위로 돈을 모을 수 있는 큰 단체에서는 유효하지만, 활동 반경이 크지 않은 단체에게는 계산이 맞아들어가지 않는 난감한 딜레마를 제공합니다. 계산 상으로는 페이스북으로, 이메일로 소식을 받아보는 수천, 수만 명 중에 1천명만 참여해도 매달 1천만원이 모이는데, 현실은 2-30만원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희들도 이 허망한 계산을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닙니다.

 

<100인회>는 단단히 마음 먹고, "십일조하는 각오로 함께 갈 사람 100명을 찾을 수 있겠는가?" 묻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겠지만 딱 두가지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는 "청어람은 십일조를 보내도 괜찮을만큼 가치있는 곳인가?"를 물어주십시오. 그 물음에 답이 안나온다면 뒤로 물러서셔도 좋습니다. 여전히 좋은 마음으로 지지해주실 수 있습니다. 둘째는 "어떻게 십일조에 준하는 후원을 할 것인가?"를 물어주십시오. 어떤 단체든 "이곳에 십일조하듯 지원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순간 교회와 긴장관계에 빠지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이런 표현을 피해갈 수도 있겠지만, 저희들의 마음을 우선 그대로 내어놓습니다. 그러나, 저희 마음은 교회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지만, 교회와의 관계나 이미 재정적 지원의 여유가 꽉 차서 고민인 분들이 계실겁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저희도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마음이 있으시면 '십일조에 준하는 후원'을 창의적으로 구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10명을 모아서 한구좌에 해당하는 몫을 감당해주실 수도 있겠습니다. 교회에서도 그러하듯, 저희도 후원금의 액수와 유무로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하는 헌신과 지지의 무게는 십일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기준으로 삼아보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교회들에게도 그렇게 요청해보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십일조를 기준으로 "우리가 몇사람 몫을 감당해주겠다"고 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100인의 십일조가 모이면 이론상으로는 10명의 스탭을 둘 수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아마 5명좀 넘는 인력과 활동을 위한 재정적 기반이 될 것입니다. 저희가 일단 감당할 일의 규모를 생각해볼 때 그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100명이 가능하다면, 저희의 구상과 운동은 현실적으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헌신입니다. 저희가 한순간에 '100명의 헌신된 성도가 있는 교회'처럼 갑자기 등장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켜보자는 운동이 그 정도의 강력한 후원그룹 없이 가능할리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세상의 변화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고, 모호한 논의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취해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도하면 한순간 엄청난 응답을 받는 간증에 너무 익숙한지 모르겠습니다. 바닥을 다지고, 서로의 뜻과 역량을 재삼재사 확인하며 한발씩 전진하는 작업이 우리 눈 앞에 와 있습니다. 저희는 이 일에 여러분을 초청하고 싶은 것입니다.

 

100명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란 사실을 실감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10명은 있을까? 아니, 그 첫 1인은 대체 누구일까다시한번 <100인회>에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고민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