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라는 열쇠로 관통되는 이력의 소유자
양희송 대표기획자 인터뷰
양희송 대표기획자 인터뷰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실장의 이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1990년에 시작된 서울대기독인연합의 창단멤버였고, 이후 뜨인돌(기독 노래운동),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활동했으며, 복음과상황 편집장을 맡은 바 있다. 이 모든 이력을 하나로 관통시키는 열쇠는 ‘연합’이다. 그는 조직을 위한 조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 동안도 형태만 달리했을 뿐이지 연합운동의 지형을 구축하고 이에 필요한 컨텐츠나 인풋(in put)을 제공하는 일에 꾸준히 매달려온 셈이다. 그 맥락에 청어람아카데미 실장이라는 직함이 있다. 청어람이 한국 교회가 담론을 자생적으로 생산, 재생산해내기 위한 기초체력 단련소가 되길 바란다는 양희송 실장을 만나 그 간의 사역과 현재 청어람이 한국 교회 내외에서 가지는 의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해온 일중에서 가장 큰 의미가 느껴지는 것은?
현재 청어람아카데미 기획자이자 높은뜻숭의교회 사역자로 일하고 있다. 한동대학교에서는 기독교 세계관 강의를 맡고 있다. 서울대기독인연합(이하 서기연)의 창단멤버로 활동한 일이 가장 중요한 이력이라 볼 수 있고, 이후 모든 활동의 토대가 되었다. 1990년에 서기연이 창립되었고, 90년 1학기 때 준비위원회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다. 나의 이력들이 하나로 잘 안 꿰어진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특히 사역을 두고는 보수나 진보로 진영을 갈라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두 진영이 갈라지게 된 이유가 있겠지만 한쪽에 줄을 서서 한쪽의 논리대로만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서기연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연합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에서 서기연은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한국 교회 내에서 일부가 정치화, 보수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정치 성향을 띄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좀더 세련된 방식을 취하면 좋겠다. 역사를 거꾸로 돌아보면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다. 교회가 정치, 사회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해 2천 년 교회사가 쌓아온 노하우와 지혜를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 같다. 교회가 정치에 관여할 수도 있지만 관여하는 방식이, 권력관계에 상관없이 대범하게, 원칙에 입각해서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오히려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정치 권력의 향방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위해 스스로 봉사하기로 작정하고 나서는 것은 위신을 깎아먹는 행위다. 더 넓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행동이다.
교회 내의 진보 세력이 보강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기본적인 생존역량, 기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량주의와는 상관없다. 최소한의 대화가 통하고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도 없이 혼잣말로 떠들 수는 없다. 서기연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서울대학교 기독인들의 역사를 공부한 것이었다. 인터뷰도 하고 자료도 찾아내서 역사를 정리해놓고 보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명확히 보였다. 우리 세대 바로 전까지도 연합운동이 있었는데, 늘 연합운동으로 시작했다가 동아리들이 개별화되면서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결국 우리가 얻은 교훈은 연합운동에도 관성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의사결정의 단위가 소수가 되기 쉽고, 마음 맞는 소수의 사람들이 조직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소수 그룹에 몸을 실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아직 동기부여가 안 된 그룹들은 자꾸 외곽으로 밀리게 된다. 핵심 그룹들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나머지 그룹들과의 거리감이 커지는 것이다. 여러 고민과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사회적 이슈나 학생운동 때문에 스스로 붕괴되거나 지나치게 급진적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서 신앙의 내적 동기부여를 통해 객관적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판단을 했다. 무엇보다 서기연은 연합을 잘 유지하여 가시적으로 캠퍼스의 크리스천들이 한 몸이라는 지체 의식을 공유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어려움은 있지만 지금까지도 서기연의 연합을 위한 노력들은 결실을 이어가고 있다.
복음과상황(이하 ‘복상’)의 존폐위기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
주변에서 ‘복상’이 사회 이슈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글을 써낼 때 고급정보에 접근을 못한다는 지적이 가장 뼈아프게 다가왔다. 고급정보에 접근 자체가 안 되니까 탐문하고 추측해서 글을 써낸다는 것이다. 이미 다른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거나 알려진 사실에 대한 코멘트를 하거나 남들이 가공해놓은 2차 정보에 대한 코멘트를 달 뿐, 핵심 논의에 못 들어간다는 지적이었다. ‘복상’이 사안에 대해 비판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을 한다고 자부도 하고 인정도 받지만 세상 돌아가는 핵심부에 접근을 못하고 일반매체가 취재한 후일담만 언급하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 상, 내가 할 일은 단순한 애착보다는 최소한의 방어장치로 ‘복상’을 살려 놓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복상’이 사라지면 그 지형을 대신 메워 줄 만한 대안적인 목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내가 편집장으로 있던 기간 동안 쌓여왔던 부채를 갚고,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복상’을 죽이지 않겠다는 이 두 가지 문제는 꼭 해결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청어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복상’ 편집장을 사임한 후, 다음 세대를 위해서 복음주의 연합운동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작업들을 하고 싶어서 청어람을 시작하게 되었다. ‘복상’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던 2004년 10월경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님을 만나 ‘복상’ 회생 방안을 의논 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교육관을 구입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어떤 공간으로 꾸미면 좋을지 기획서를 한번 만들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기획의 주요 내용은 공간을 개방하고, 외부 강좌를 유치한다는 것이었다. 명동이라는 비싼 땅에서 건물 활용을 최대한 잘 하고, 한국 교회나 한국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기획한 사람이 직접 운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고, 2005년 말 ‘복상’이 뉴스앤조이와 통합한 후 정착하는 것을 보고 2006년 1월에 청어람으로 옮겨왔다. 그래서 현재는 숭의교회 목회자로 있으면서 청어람의 기획, 운영 등에 관련된 제반 일을 맡고 있다. 청어람의 뜻은 스승보다 제자가 낫다는 고사성어에서 따온 것으로, 인재양성 교육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청어람에서는 지금 보기에는 대중강좌를 열고 이벤트를 주최하는 기관으로만 보이나 사실 근저에 깔려 있는 의도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담론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교회 바깥에 내놓았을 때도 여론이나 담론 질서를 창출하고 아젠다를 형성할 수 있는 수준의 논의를 생산해낼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청어람의 큰 과제다.
청어람아카데미를 시작한 이후 보람을 느꼈던 기억은?
청어람을 하면서 즐거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첫 공개강좌 때 진중권 씨를 초대했고 그 때 250명이 찾아왔다. 교회 내에서 독설가로 유명한 사람을 불러 강연을 듣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기윤실 공동대표인 강영안(서강대 철학과) 교수님의 강연도 인상 깊었다. 마침 당시에 그분이 임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에 관한 20여 년 간의 연구를 정리해서 문학과지성사에서 책을 내셨다. 레비나스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더군다나 기독교인들 중에서 어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올까 우려했는데 유료등록자만 50명이 모였다. 참석한 사람들의 수준도 고무적이었다.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는 청중들로부터 예리한 질문들이 나오자 강 교수님이 아주 흥분하셨다. 학교에서 대학생들 박사과정 지도 외에는 이런 논의들을 펼칠 기회가 없는데 청어람 강의에 찾아온 사람들의 반응에 고무되셔서 그 이후부터 청어람아카데미 열렬한 서포터 중 한 분이 되셨다. 최근에 기독출판계와 한국 교회의 대중강좌가 점차 소비자 지향적, 실용주의적으로 눈높이를 낮추어가고 있기 때문에 고급 독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반면 청어람은 고급 독자들과 청중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청어람 강좌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보통 5주 과정이고, 이론적 내용을 다룬다. 현재 강영안 교수의 사도신경 첫 줄 강의, 김상근 교수(연세대 신학과)의 기독교 선교역사에 대한 강의 등이 진행 중이다. 선교역사에 대한 강의는 기존 서구 중심의 기술에서 탈피해 이집트, 라틴, 중국, 한국의 입장에서 기독교와의 만남이 어떠했는지를 연구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정치 아카데미가 있다. 정치사회문제들을 8주 과정으로 공부한다. 전 외무부 장관, 청와대 배기찬 비서관 등 그 영역에서 핵심적 내용을 얘기할 수 있는 분들을 많이 모셨다. 정치사회 이슈를 읽어낼 능력이 없으면 여러 논조에 휩쓸릴 수 있는데, 정치의 독해능력을 길러놓으면 왜 어떤 흐름이 생기는지 알 수 있고, 앞으로의 일도 내다볼 수 있게 된다.
복음주의연구소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IVF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음을 준비하는데, 그 중 하나가 연구 기능을 활성화 하는 것이고, 그 일환으로 복음주의연구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강일 목사가 책임을 지고 있는데 직접 연락을 받았다. 일단은 IVF가 50주년 기념으로 시작하지만 IVP와의 관계처럼 직접적 하위에 두고 있는 느낌보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그런 형태로 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려면 이 영역의 관심 있는 사람들을 다 망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 도울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복음주의 운동에 관심이 있었고 좋은 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청어람에서는 복음주의권에서 포착이 안 된 연구자와 관심자를 파악하고 있다. 주관은 복음주의연구소가 하고, 청어람에서 장소 섭외와 다양한 연결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의 협력을 할 예정이다.
배명희 객원기자/heeya7576@hanmail.net
'청어람아카데미 NOW > Pr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일보] 신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사유의 공간' 남산 인근 '연구공간 공명' (1) | 2011.07.19 |
---|---|
[서울신문] 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기독교 지성운동 나선 청어람아카데미 (0) | 2011.07.19 |
[한겨레21] 시민이 튼튼해지면 민주주의가 진보한다 (청어람 청년정치) (0) | 2011.07.19 |
[오마이뉴스] 투표에 참여하라고? 아니, 이제 직접 나서겠다 (청어람 청년정치) (0) | 2011.07.19 |
[한국일보] 책 쓰기의 화룡점정은 '감사의 말씀' 쓰기 (양희송 대표) (0) | 2011.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