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서평쓰기 입문 워크숍] 1강::당신을 '지독(遲讀)한 책읽기'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책 한 권 읽 는 것 도 힘 든 데 서 평 까 지 써 오 라 니 !
과제 제출 기한은 다가오는데 막막함에 깜빡이는 커서만 멍하니 쳐다보던 경험,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인용문을 길게 따온다거나 일부러 문단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크기가 더 큰 글씨체로 바꾸는 꼼수도,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책을 읽고 뭔가 느끼긴 느꼈는데, 어떻게 써야 내가 느낀 것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을 위해 기획된 <책 읽기와 서평 쓰기 입문 워크숍>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책 들 의 외 침 ! 나, 여 기 있 어 요 !
들리는 소문에 어떤 능력자들은 책 목차만 읽고도 서평을 줄줄 써내려간다지만 “선독후필(先讀後筆)”, 즉 독후감과 서평은 안 읽고는 쓸 수 없는 글쓰기입니다. 그러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는 것이 먼저죠. 그런데 어떻게 읽어야 잘 읽는 것일까요? 2강에서 “잘 읽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하는데요, 첫 수업에서는 맛보기로 “지독(遲讀)의 읽기”를 가르쳐주셨어요.
“지독(遲讀)의 읽기”란 책에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책의 한 귀퉁이를 접어 ‘개의 귀(dog's ear)’도 만들면서 느리게 읽어가는 것입니다. 새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정성들여 읽어 자신의 흔적이 묻어나는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의 생각과 흔적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해본 분들은 먼저 읽은 누군가의 생각을 엿보는 그 재미, 아실 거예요.
그런데 설마, 읽는 건 고사하고 책장에 꽂아만 놓고 내 것인 양 여기는 건 아니겠죠? “지서첩경(持書捷徑)”, 읽으셔야 합니다. 아직 한 번도 펼쳐지지 못한 책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주인님!! 나 여기 있어요!! 제발, 읽어 달라고요오오!!!”
하이파이브?
"이 때 는 제 가 굉 장 히 센 티 했 네 요"
1994년 3월에 김승희 시인의 에세이집을 읽고 쓰셨다는 독서노트의 한 자락을 읽어 주시며 수줍어하는 옥명호 강사님. 그 모습을 보면서 독서노트는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낀 것을 자유롭고 진솔하게 써내려가는 일기처럼, 독후감이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사적 기록으로 남기는 1인칭 글쓰기라면, 서평은 3인칭으로 쓰는 공적인 글쓰기입니다. 공들여 읽고 또 읽어 서평을 읽는 이에게 “읽을 만한 책을 판별”해주어야 하지요. 북 리뷰나 칼럼을 정기적으로 매체에 개제하는 전문독자의 서평은 마케팅의 근거가 되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한국은 서평문화가 아직 보편적이지 않지만 영미권에서는 “Reviewer driven marketing"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서평이 일반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책에 대한 열정이 담긴 비법의 파란책 --- 옥명호 대표의 책읽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독 후 감 을 넘 어 서 평 으 로
책을 읽고 난 뒤에 쓰는 종류가 여러 가지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가장 주관적이고 고백적인 글쓰기인 독후감부터, 책 소개 글(기사), 서평, 그리고 가장 학술적이고 전문적 글쓰기인 비평까지 네 가지가 있답니다. 우리 수업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책 소개글과 서평 사이이고요.
다음 시간에는 살짝 맛만 봤던 ‘잘 읽는 법’에 대해 배운다는데, 소주제인 'Lectio ergo Sum'이라는 라틴어 문장이 호기심을 끄네요. 목표에 이를 때까지 앞으로 남은 네 번의 강의, 달려보아요!
[최새롬] 대학에서 '언론정보'를 공부하였고, 현재 문화매거진 <오늘> 객원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매력적인 20대